아돌프 히틀러는 병적인 상상력으로 유대인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세계를 정복하려 한다는 음모론에 집착했다. 또한 이 세상 모든 유대인을 청소하여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같이 위험한 생각은 홀로코스트(Holocaust), 즉 유대인 학살로 실현되었다. 홀로코스트로 인해 사망한 유대인의 수는 대략 6백만 명, 나치의 탄압에 의해 죽은 비유대인까지 포함시킨다면 총 사망자 수는 9백만에서 천만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현재 서울시 인구와 맞먹는 인원이다. 무시무시한 인종 청소로 수많은 사람이 죄없이 죽음의 구덩이로 내몰렸다. 그들에게 굳이 죄를 묻는다면 그것은 '유대인'으로 태어난 죄가 아닐까. 책이나 영화를 통해 당시 유대인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자 6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1. 인생은 아름다워



유대인 귀도는 독일인 도라와 결혼하여 아들 조슈아를 낳고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독일의 유대인 말살에 의해 귀도와 조슈아는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아내 도라 역시 그들을 따라 수용소행을 결심한다. 수용소에서의 힘들고 잔인한 생활을 아들 조슈아에게는 하나의 놀이라고 설명하는 귀도. 선택된 사람만이 모여서 이 놀이를 하고 있으며, 1000점을 획득하면 탱크를 받을 수 있다고 조슈아를 안심시킨다. 계속되는 아슬아슬한 위기를 모면하며 조슈아를 지키던 귀도는 도라를 만나러 여자 수용소에 갔다가 독일군에게 발각되는데...

과연 이들의 인생은 아름다웠을까?
귀도(로베르토 베니니)의 죽음은 아직도 가슴이 먹먹할 만큼 슬펐다. 허나 아들 조슈아는 전쟁의 참담함과 유대인으로써의 비참함을 전혀 모른채 즐겁게 탱크를 타는 엔딩 장면에서야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인생은 이렇기에 아름답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보고싶은 아내를 만나기 위해 위험까지 무릅쓴 귀도의 모습에서 우리는 슬프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느낄 수 있다.


2. 쉰들러 리스트


오스카 쉰들러는 전쟁의 혼란한 틈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인수한 폴란드의 그릇 공장을 인건비가 들지 않는 유대인을 이용해 운영하던 그는 유대인 회계사인 스턴과 가까워진다. 그리고 스턴으로부터 나치의 잔혹함을 듣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된다. 마음이 움직인 쉰들러는 결국 유대인을 수용소로부터 구해내기로 한다. 스턴과 함께 쉰들러는 노동수용소의 장교에게 뇌물을 주며 구해낼 유대인의 명단을 작성하는데...

말이 필요없는 영화이다. 참 많이 울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선택과 용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지 확인했다. 개인의 삶보다는 죽음의 그늘 아래에서 고통받는 1,100여 명의 유대인을 살린 오스카 쉰들러의 실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손길로 더욱 애절하게 우리의 가슴을 적신다. 그가 울며 "왜 나는 더 많은 유대인은 구해내지 못하였는가!"를 외치는 엔딩장면은 모든 유대인의 영화 중 최고의 장면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 속 빨간 옷을 입은 유대인 꼬마의 모습과 흑백의 화면이 빚어내는 장면은 오브제의 효과를 활용한 장면으로 쉰들러의 심경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3. 피아니스트


유명한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은 제 2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유대인 강제 거주지역으로 추방된다. 그리고 죽음으로 향하는 기차 탑승구에서 스필만의 능력에 호감을 가졌던 유태인 공안원의 도움으로 가족들을 보낸 채 홀로 남게 된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에 은신처를 만들어 허기와 공포에 맞서 목숨을 유지하던 스필만은 어느 날, 독일 장교에게 발각되고 만다. 독일 장교의 요청으로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연주를 시작한 스필만. 그의 연주는 전쟁 한가운데서 느낄 수 없는 아름다운 선율로 독일 장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은 포스팅을 하며 알게 되었다. 역시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길고 긴 시간동안 홀로 생존의 사투를 벌여왔던 스필만의 연주가 독일 장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간절한 사람의 연주가 또 있을까. 


4.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때는 2차대전이 한창인 1940년. 8살의 독일소년 브루노는 나찌 장교인 아버지를 따라 베를린의 편한 집을 떠나 아버지의 근무장소인 외딴 지역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친구하나 없는 그곳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던 브루노는, 엄마가 절대 가지말라고 몇번이나 주의를 주었던 근교의 ‘농장(farm)’으로 향한다. 농장을 둘러싼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브루노는 줄무늬 잠옷을 입은 쉬뮤엘이라는 유태인 소년을 만난다. 브루노와 쉬뮤엘은 어른들의 세계를 잊은채 친구가 되고, 둘의 우정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가져오는데… by. 네이버 영화 

평론가의 평은 크게 엇갈리나 호평이 더 우세한 작품이다. 결말이 충격적이라 다 본 후에도 한동안 멍해진다는 리뷰가 많은 것으로 보니 절대 결말을 모른 채 봐야할 것 같다. (하지만 포스팅하기 위해 찾던 중, 나는 결말을 알아버렸다. ㅠㅠ) 아이들의 우정이 전체적인 내용이지만 그 깊숙한 곳에는 홀로코스트의 잔혹함과 그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는 영화이다. 


5. 버드가의 섬


2차 대전 중 유태인 소년 알렉스는 아버지 스테판, 할아버지 보루쉬와 근근이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알렉스가 살고 있는 게토 지역을 소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할아버지와 알렉스는 가까스로 아무도 없이 폐허가 되어버린 버드가 집으로 피신한다. 한편, 독일군으로부터 도망쳐 나오다 총상을 입은 프레디와 헨리 두 유태인을 알렉스가 발견한다. 게토 옆 폴란드 구역으로 몰래 들어가 의사를 데려오려던 알렉스가 독일군에게 잡혀가고, 유태인임을 의심받으면서 점점 위기에 몰린다. 그때, 의사와 같은 건물에 살고 있던 천사같은 소녀 스타샤가 알렉스를 도와주고,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하는데... by. 네이버 영화


잔인하고 암담한 현실을 관객에게 전달하기에 아이들처럼 좋은 매개체가 있을까. 이 영화도 위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과 마찬가지로 아이의 시각에서 홀로코스트의 잔혹함을 보여주고 있다. 홀로 생존해 나가는 11세 소년 알렉스의 처절한 모습에서 우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생활과 상처, 아픔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 


6. 제이콥의 거짓말


2차 대전 중 폴란드 내 유대인 게토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제이콥은 야간 통행 금지로 독일군에 불려간다. 처벌을 기다리던 제이콥은 우연히 소련군이 독일군을 물리쳤다는 라디오 방송을 엿듣게 된다. 운좋게 풀려난 제이콥은 유대인 기차에서 탈출한 10살 소녀 리나를 길거리에서 만나고 리나의 영향으로 라디오에서 들은 내용을 다른 유대인에게 알리기 시작한다. 소문은 제이콥이 라디오를 가지고 있다고 퍼졌고, 제이콥은 오히려 긍정하며 독일의 패망과 종전의 가능성을 거짓으로 꾸며낸다. 이 소식에 주민들은 활기와 삶의 희망을 찾지만 제이콥은 사형이 적용되는 라디오 소유로 독일군의 수사대상이 되는데... by. 네이버 영화

한 인물이 죽음을 무릅쓰고 유대인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가슴 찡한 내용의 영화이다. 제이콥은 유대인들을 위해 선의의 거짓말로 그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달랬다. 그리고 긍정의 힘은 그 위력을 발휘한다. 로빈 윌리암스의 지나치지 않지만 유쾌한 유머는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더 안타까움을 느끼도록 하는 장치가 되었다.




6편의 홀로코스트 영화를 간략히 소개해 보았다. 위의 세 작품은 내가 본 작품이라 감상평을 쓸 수 있었지만 아래 세 작품은 아직 보지 못해서 일반적인 감상평을 참고했다. 얼른 직접 보고나서 다시 수정하거나 다른 포스팅으로 상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6작품의 공통점은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다루었다는 것 외에도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감동이다. 6개 작품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 평가는 바로 보는 이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잠깐의 울림이 아니다. 위에 소개된 영화들은 오래도록 떠올라 우리의 마음을 울릴 영화들이다. 


비극적인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은 물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높게 평가하는 이유(평점과 리뷰를 참고했을 때 대부분 높은 평가였다)중 하나는 우리 민족이 겪었던 일제 강점기의 수모와 닮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따졌을 때 한편으로 아쉬운 점은 한국 영화가 일제 강점기를 소재로 다루면 희화시킨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모던보이', '원스 어폰 어 타임', 'YMCA 야구단', '라듸오 데이즈',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 등이다. 영화는 오락적 요소도 중요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에게 전달하는 메세지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가 홀로코스트 영화를 보고 역사의 아픈 이면을 배우는 것처럼 우리 영화도 좀 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는 바람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홀로코스트 영화 소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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