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내리던 비가 그치고 살짝 햇빛이 나기 시작했다.
반가운 마음에 영화를 하나 골라서 보기 시작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내내 비가 내리고 있다.


'시크릿 가든'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현빈이 군입대를 앞두고 찍은 영화.
제작비 10억 원 이하의 저예산 영화.
<여자, 정혜>, <러브 토크>, <멋진 하루>의 감독 이윤기가 보여주는 또 다른 사랑 이야기.
2011, 아시아영화로는 유일하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오른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상세보기



떠나는 그녀와 그녀를 보내는 그의 이야기





시작에 앞서 스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출장 가는 영신(임수정)를 배웅해주는 지석(현빈)

소소한 대화가 오고 간다.

지석에게 커피를 건네며, 영신은 집을 나갈 거라는 이야기도 함께 건넨다.

다른 남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모른 채 해왔던 지석은 말없이 운전만 한다.

 

 

 

 
영신이 집을 떠나는 날
,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조용히 짐 정리를 하는 영신과

화를 내지도, 왜냐고 따져 묻지도 않고 오히려 그녀가 아끼는 그릇을 포장해주는 지석.




 

 

그런 지석의 태도에 영신은 지친 듯 말한다.


바람난 와이프 짐 싸는 거 도와주고,
근사한 식당 가서 마지막 저녁 식사하면서 같이 하면서 나이스한 모습 남기고 싶은 거야
?

그게 얼마나 이기적인 건지 모르지, 자긴?”


그래. 그런 거 같다.”


이거 아닌데내가 지금 자기한테 이럴 거 아닌데미안해.”


아냐.”


기분 상했지?”


아냐, 정말 괜찮아.”


괜찮아자기가 제일 자주 하는 말이네.”


내가 그랬어?”


“(
끄덕) 정말 그렇게 모든 게 다 괜찮아 지겠지?”

 

 


떠나는 순간까지도 너무 좋은 남자.
그러나 오히려 그의 이타심이 이기심으로 바뀌어 그녀를 괴롭혀왔다.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두 사람의 이별이 그렇게 다가오고 있을 무렵,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고양이는 지석을 할퀴고 집 안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고양이를 찾으러 한 부부가 집을 찾는다.


 
시큰둥해보이는 남편과 수더분한 부인(김지수)은 고양이를 찾다가 포기하고 돌아가고,



영신은 전화기 너머 성훈(하정우)에게 비가 많이 와서 내일 데리러 와야 할 것 같다고 전한다.


 

 

레스토랑 저녁 예약을 취소하고 자주 해먹던 파스타를 준비하는 영신과 지석.
지석은 양파를 썰다가 매워서 눈물이 나고, 세수를 하러 간 화장실에서 홀로 슬픔을 삭힌다.


 


밥상을 차리던 영신의 시야에 고양이가 들어왔다.
배가 고팠는지 한참을 윗층에 숨어있다가 내려온 고양이가 통조림을 먹기 시작한다.


* 잔잔한 영화다.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카메라의 움직임이 적고 대사보다는 분위기로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인 듯하다.
감독은 두 사람의 감정을 공간의 미장센을 최대한 활용하여 나타내고 있다.
특히, 계단에서 엇갈려 올라가고 내려가는 두 사람을 내려다보는 카메라 앵글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영신이 떠난 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집 안의 모습을 삽입하여 결말을 암시하고 있다.



물건을 잘 버리는 영신과 버리지 못해 모아둔 물건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지석의 성격이 대비되어 보여진다.
인물의 성격을 암시하여 그들의 행동에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배경은 영신과 지석의 집, 이별을 앞둔 하루 일과를 감정선을 따라 천천히 보여준다.
어두컴컴하고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가 절제된 영신과 지석의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 
촬영 기간 12일동안 내내 비를 뿌렸다고 한다. 비의 양으로만 보면 블록버스터 저리가라 하겠다.

영화 준비 기간이 한달, 13회차 촬영을 보름 만에 끝냈다는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짧은 기간에도 이렇게 퀄리티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구나 새삼 놀라웠다. 원작인 일본 작가 이노우에 아레노의 단편 <돌아올 수 없는 고양이>를 높은 수준으로 재해석하였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좋았다.

열린 결말에 대해서...
나는 영신이 지석의 곁을 아주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둘은 다시 만났을 것이다.

고양이가 지석을 할퀴고 집 안 어딘가로 숨어들었다가 통조림 때문에 나타나듯
영신도 지석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떠났지만 지석과의 추억들 때문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제목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결국 '사랑한다'였다.




ps. 집이 너무 예뻐서 보는 내내 부러웠다는 ^^ 
개인적으로 여배우 중 가장 좋아하는 임수정씨가 주연이라 영화가 더 마음에 들었다.
현빈씨는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이 자꾸 오버랩되서 처음엔 적응이 안됐다.
게다가 카메오로 출연한 하정우씨의 목소리를 들으니 영신을 보내도 되겠다고 느꼈다. 현빈 미안^^;;

이윤기 감독의 연출력이 마냥 탐나는 작품이었다. 요즘처럼 비가 자주 오는 날 혼자 커피 마시며 보기 좋은 영화
앗! 참고로 음악이 없는 영화다. 빗소리가 음악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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